양적 연구 방법론과 질적 연구 방법론
카테고리 없음2020. 6. 2. 02:25
다시 앞에서 살펴본 문해력 교육에 관한 세미나의 예로 돌아가 볼
때, 그 연구 발표자들은 그렇게 자명한 연구를 무엇 때문에 하느냐는
청중들의 질분에 쫓겨, 결국 그 연구가 국정 영어교육의 정책에 영향
을 끼치려는 목적에서 비봇되었음을 토로했다. 이 점에서 볼 때 이들
의 연구는 그 연구 방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특정한 컨텍스트 속에
위치한 하나의 사회적 실천이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
의 실험적 연구가 자료의 수집 및 해석에 있어서 연구자의 주관성
(subjectivity) 을 철저히 배제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라고 여
전히 믿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연구 결과로서의 “사실”을 정책입안에 이용할 의도는 지니고 있었을지언정, 자신들이 적용한 연구의
방법만큼은 절대로 “객관적”이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는 사실과 전혀 거리가 멸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들의 연구 목적 자
체 -그들의 “주관성”→가 실험 집단과 통제 집단을 설정하고 변인을
설정하는 데에 직접적으로 작용했으며, 그것이 바로 의도된 결과를
낳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문제점은 단지 앞서의 연구
사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실험 연구의 바탕에 깔려
있는 인식론 자체의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는 연구의 절차에
연구자 개인의 주관성 개입을 부인하는 자연과학적 실증주의를 바탕
으로 하고 었다.
“경험주의적 실증주의”는 경험적 데이터의 수집, “엄격하고 체계적
인 방법을 통한 일차적 자료에 대한 분석 및 제시를 통해 일반화를
도출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충분한 “양
(quantity)" 의 데이터를 특정한 연구 “절차(proceclures) "를 거쳐 “객관
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밝혀낸 연구 결과가 다른 사례에도 적용 가능
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론에서는 연구의 형식 혹은 절
차적 방법에만 관심이 있을 뿐, 자신들이 발견한 “사실 (facU" 이 과연
어떤 “컨텍스트”에서 얼마 만큼의 “가치 (value)" 로 일반화될 수 있는
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실상 일반화
가 찾고자 하는 “예측(pr iction)" 이라는 것은 교육 현상에서는 너무
나 다양한 현실상의 변인들 때문에 그리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
에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특정한 수업 시간에 보이는 특정한
행동이나 태도의 원인에 대해 연구한다고 할 때, 그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과연 어떤 실험이 가능할 것인가, 어떤 하나의 특정 요인을 변
인으로 설정하고 다른 모든 요인들을 통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
인가, 설령 어떤 형태로든 실험에 성공한다고 할 때, 그 실험이 과연
여러 가지 복잡한 요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복잡한 효과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둥을 생각해 보변 경험주의적 실증주의의 문제점은 오히
려 자명해지는 듯하다. 앞에서 든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실증주의적 연구의 결과로 제시
되는 “일반화”는 대개 지나치게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치거나
지나친 일반화로 흐르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앞에서의
문해력 연구가 도탈한 발견으로서의 “일반화”가 실망스러울 정도로
당연한 사실-“소설과 함께 영상 자료까지 함께 시청한 학생들이 소
설만 읽은 학생틀에 비해 서사 구조를 보다 잘 이해한다에 그치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리한 경험적 실증주의의 문제
점은 경험적 데이터의 수집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데이터
률 “어떻게” 수집하고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없었다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 객관성과 과학성을 내세운 양
적 연구 방법론은, 사실상 모든 연구의 전과정에 걸쳐 피하기 어려운
“연구자의 주관성”의 문제}특정한 실험 내용을 설정하도록 하는 연
구자의 실험 목적 자체←릎 간과함으로써, 오히려 신뢰성과 타당성이
매우 부족한 연구 결과를 생산해왔다고 볼 수 있다 111 그러나 앞서도
강조해 왔다시피, 이러한 경험적 실증주의 연구의 한계를 근거로 경
험적 연구 일반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편, 이 러 한 경 험 적 실증주의 혹은 양적 연구 방법 (quantitative
research methodology) 이 갖는 한계에 주목해 등장하게 된 질적 연구
방법 (qualitative research methodology) 은, 대 규모의 집 단에 대 한 계
량적 연구를 수행하는 데 관심이 있었던 양적 연구와는 달리, 주로
소규모의 집단이나 개별 사례릉 깊이 있게 들여다 봄으로써 “어떻게
그리고 “왜” 뜩정한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데 관섬을 둔다. 그리고 연구자의 주관성을 철저히 부인하는 양적 연
구 방법론과는 달리, 어떤 연구이든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실천인
이상, 연구자의 주관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오히
려 모든 연구의 절차와 방볍, 자료 수집 빛 해석의 모든 국변에 대한성찰(reflexivity) 을 끊임없이 수행한다. 그렇다면 질적 연구 방법론에
의한 연구는 과연 실제에 있어 양적 연구 방법론과 어떻게 다를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다시 앞에서 든 문해력에 관한 연구의 예
로 돌아가 이 두 방법론이 어떻게 달리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봄으
로써 가능할 것이다.
우선 양적 연구 방법론을 채택한 이 연구자들은 “영상 미디어를 이
용한 서사의 교육이 단순히 문자 미디어만을 이용한 교육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는 “가설 (hypothesis)" 을 세우고 실험을 수행한 결과
발견된 “사실”을 “일반화”하려 했다. 이 가운데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
절차의 객관성을 주장하면서 이 연구에 연구자의 주관성이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철저히 부인했다. 그러나 만약 질적 연구 방법론을 따
르는 연구자뜰이라면, 똑같은 연구 과제에 대해서 “가셜”이 아닌 “연
구 문제 (research questions)" 들을 설정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학생
들을 실험 집단과 통제 집단으로 나누지 않고, 보다 “자연스러운
(naturalistic)" 현장에서 학생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설정한 문제들을 탐구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방법틀을 동원
할것이다.
예를 들어, 이들이 탐구할 연구 문제들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과연
영상 미디어의 제시가 학생들의 서사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주는가
그렇지 않은가, 만약 도움을 준다면 “어떻게” 주는가, 학생들이 소설
만 읽은 후에 제시하는 서사와 다른 영상 미디어를 통해 찰스 디킨즈
의 소설을 이해한 후 제시하는 서사에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가 없
는가,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연구자들이 사용한 서사 구조 이
해에 대한 평가 문항은 “어떻게” 개발된 것이며, “얼마나” 그리고
“왜” 믿을만한 것인가, 연구자들은 “왜” 찰스 디킨즈의 소설을 읽는
수업을 연구하려고 했는가, 그 수업을 연구하기로 선택한 배경에는
연구자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문학 작품”에 대한 가정이 있지 않은
가, 그렇다변 그 가정은 어떤 것인가, 학생들은 과연 찰스 디킨즈의
소설과 그 영상화된 작품에 대해 “어떤” 평가플 내리고 있는가, 학생들이 생각하는 영상 미디어의 개념은 문자 미디어에 대한 개념과 “어
떻게” 구별되는가, 학생들은 과연 자신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문자
미디어와 영상 미디어를 경험하며, 그것이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학습
과는 “어떻게” 관련되는가 등. 그리고 질적 방법론자들은 이러한 문제
들을 탐구하기 위해 수업을 관찰하고, 교사 및 학생들과 삼층적인 인
터뷰를 수행하며, 그들이 사용하는 교재를 면밀히 검토하고,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의 평가 기준 등에 대해 탐구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연구 결과의 발표에 있어서 자신들의 발견을 “일반화”하기보다는 그
발견이 이루어진 사회적 맥락을 충실히 기술함으로써 비슷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비슷한 현상이 반복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통해 그 다음 연구 과제를 설정하는 데 보다 더 많은 관심을 쏟
을것이다.
이러한 질적 연구 방법론은 1920-30년대에 걸쳐 수립된 “시카고
학파”의 독특한 사회학적 전통 및 이와 비슷한 시기에 발전한 보아
스, 미드, 베네덕트, 배이트슨, 에반스 프리차드, 래드클리프 브라운,
말리노프스키 등이 발전시킨 문화/사회 인류학의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상당 기 간 동안의 현장 연구(fieldwork) 를 통해 인간의
집단적 삶에 대해 탐구하는 방법으로서 발전해 왔으며, 구체적으로는
특정한 집단 내에 속한 개인들의 삶의 일상과 문제적 순간들 및 그
의미들을 기술하는 일련의 경험적 자료들의 수집을 위해, 사례 연구,
개인의 경험에 대한 기록, 생애사 연구, 인터뷰, 참여 관찰 등의 방법
을 동원한다 1~) 이 방법론을 따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연구 대상으
로 선정하는 집단이나 개인이 “대표성”을 갖는가에 대한 관심을 갖기
보다는1 그 집단이나 개인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연구를 시작하며, 양
적 연구가 간과해온 연구 대상 및 연구 자체의 사회적 컨텍스트에 대한 질문을 탐구하고, 연구자의 주관성이 자료의 수집과 해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성찰까지도 연구에 포함시킴으로써 보다 더 객
관성을 기하려 한다. 사실 이러한 질적 연구 방법론의 발전에는 문학
이론이 기여한 바 크고, 사실 연구 대상으로 설정된 집단이나 개인에
관한 일종의 “이야기”를 충실히 기술하는 데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매
우 문학적인 연구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점 때
문에 질적 연구 방법론은 양적 연구 방법론을 주장하는 이들에 의해,
신문이나 잡지에 실릴 만한 이야깃거리밖에 안 되는 “비과학적”인 연
구 방법이라고 역공격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이 두 연구 방법론이 무엇을 “과학적 연구”로 보는가에 대
해 각기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 더욱이 그 입장은 패러다임상의
차이로 불릴만름 거의 화해 불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패러다임이란
특정한 과학자 공동체 내의 규범적으로 공유되어 있는 합의를 뜻하는
것으로, 토마스 문의 (과학 혁 명 의 구조(까l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l) 에서 논의된 개념이다. 문은 위의 책에서 과학적 지식
자체가 그 자체로서 보편타당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과학자 집단에
서 공유하고 있는 신념, 가치, 연구의 기술 등의 덩어리”임을 과학의
역사를 검토하는 가운데 주장했다. 이 점에서 볼 때, 양적 연구 방법
론과 질적 연구 방법론은 각각의 인식론의 측면에서 서로 다른 신념,
가치, 연구의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이 중 어떤
방법론을 채택할 것인가는 “과학성” 및 “객관성”에 대한 연구자 집단
간의 근본적으로 다른 신념 체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여기서 잠시 연구의 방법 (methodsl과 방법흔(method ogyl 의
구별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방법
론은 “과학성” 및 “객관성”에 대한 인식론적인 차이에 따라 나뉘어지
는 것으로, 구체적인 연구에 동원되는 방법들 예를 들어, 설문지, 인
터뷰, 관찰, 통계 등 의 상위에 있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양적 연구
방법론과 질적 연구 방법론 모두 개별적인 연구 방법의 측면에서는
똑같은 방법을 이용할 수 있으나, 이는 연구자가 따르는 방법론에 따라 그 방법에 대한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적/질적 방법
론 모두 특정한 통계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한국 어린이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이 시간여라는 통계
자료가 있다면, 이 자료는 양적/질적 방법론 모두에서 이용될 수 있
다. 그러나 양적 연구 방법론에서는 이 자료를 “일반적 사실”로서 인
식할 것인 반면, 질적 연구 방법론에서는 이를 자신들이 수행할 “어
린이의 TV 시청에 관한 연구”가 일단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연구임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는 데 그칠 수 있다. 과연 시간의 TV 시청 시
간이라는 것이 어떤 근거로 산출된 것인가, 시간의 시청 시간 중 어
린이가 집중해서 TV를 시청하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이며, 그
저 TV를 틀어 놓은 상태에서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대화하거나 밥을
먹는 시간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하는 동의 컨텍스트적인 질문이 질
적 연구 방법론에서는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앞에서 살펴본 문해력 연구에 관한 세미나 자리에서의 찬반 격롱은,
이 연구를 수행한 이들과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이들 사이의 근본
적인 인식론상의 충돌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